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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유산 관광지 코로 (역사, 건축, 유네스코 등재)

by 지식나라 2025. 7. 9.

흙벽돌(adobe)로 지어진 독특한 건축물들

코로(Coro)는 베네수엘라 북서부 팔콘 주(Falcón)에 위치한 도시로, 16세기 스페인 식민시대의 건축과 도시계획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 식민 도시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특히 흙벽돌(adobe)로 지어진 독특한 건축물들과 식민지 시대의 도시 구조는 전 세계 건축학자들과 역사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의 역사, 건축적 특징, 유네스코 등재 이유를 중심으로 그 매력을 탐색합니다.

스페인 정복시대의 시작, 코로의 역사적 의미

코로는 1527년 스페인 정복자 후안 데 암피에스(Juan de Ampíes)에 의해 건설된 베네수엘라 최초의 유럽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과 안데스 산맥 지역 간 교역의 중심지로 기능했으며, 스페인 식민정부의 첫 번째 행정 중심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 유럽 이주민과 아프리카 노예, 토착 원주민 간의 다층적인 문화 교류가 시작된 장소로, 베네수엘라 사회문화의 기원이 담겨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는 또한 남미 대륙에서 카톨릭 선교가 본격화된 첫 거점 중 하나로, 종교적 건축물과 광장 중심의 도시 구조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코로 대성당(Catedral de Coro)은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당 중 하나로, 그 자체가 역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이 대성당은 16세기 후반부터 공사를 시작해 수십 년에 걸쳐 완성되었으며, 종교뿐 아니라 정치적 중심지로도 기능했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초기 선교사들이 설립한 수도원과 교육기관, 병원 등의 건축물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코로가 단순한 군사적 전진기지가 아닌 문화·종교적 중심지였음을 보여줍니다. 코로에서 시작된 스페인의 식민 행정 시스템은 이후 카라카스를 비롯한 다른 도시로 확산되었고, 이는 베네수엘라 국가 형성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는 단순한 도시가 아닌, 남미 정복과 식민통치의 시작점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공간입니다. 남미를 이해하려면 코로의 역사부터 짚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도시는 역사 교육과 문화 연구의 중심지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도베 건축의 보고, 코로의 식민지 건축 양식

코로의 건축은 독특하게도 '아도베(adobe)'라는 흙벽돌을 주요 재료로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스페인 식민지 건축이 토착 재료와 기술을 어떻게 융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히며, 오늘날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된 건물들이 도시 전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흙, 짚, 물을 혼합해 만든 아도베 벽은 지역 기후에 적합하면서도 미적인 가치를 갖추고 있어 건축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도시 전역에 걸쳐 있는 좁은 골목, 낮은 일층 가옥, 내부 정원이 있는 주택들은 당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 구성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집의 중심에는 중정(patio)이 있어 환기와 채광을 동시에 해결하며, 여름철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고풍스러운 목재 창틀, 철제 발코니, 돌로 포장된 바닥은 식민지 도시의 고전미를 오늘날까지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또한 산 프란시스코 수도원, 산 클레멘테 교회 등 다수의 종교 건축물도 당시의 문화·종교적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수도원들은 단순히 예배 공간을 넘어, 교육과 구호활동, 심지어 도시의 행정 기능까지 담당했던 복합적 공간이었습니다. 내부에는 당시 수공예 기법으로 제작된 타일, 목재 가구, 채색된 제단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건축물 자체가 문화재로 기능합니다.

코로의 아도베 건축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실용성과 지역성, 역사성을 모두 담고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까지도 아도베 복원 기술을 계승한 장인들이 활동 중이며, 일부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후세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코로는 라틴아메리카 식민도시 건축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 불립니다.

코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

1993년, 코로와 인접한 항구 도시 라 베루니다드(La Vela de Coro)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식민지 초기 도시계획과 건축양식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드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는 코로를 통해 스페인 식민 정책, 유럽-아프리카-토착문화의 융합 양상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네스코는 특히 코로의 가치를 "대서양을 통한 문화교류의 초기 모델"로 평가합니다. 스페인 본토의 도시계획과 안달루시아 건축, 아프리카 이주민의 기술, 토착민의 재료 활용이 융합된 사례는 매우 희귀하며, 그 복합성이 높은 보존 가치를 지닌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일 문화가 아닌, 다문화 접점으로서의 도시 가치에 주목한 평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는 2005년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Danger List)"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엘니뇨 등의 기후 변화와 관련한 침수, 풍화, 보존 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원형 훼손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와 유네스코는 공동으로 보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전통 기술을 계승한 장인들과 시민들의 협력으로 점차 회복 중입니다. 복원 과정에서 현지 재료를 사용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코로의 가치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과 같은 구조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일반적인 세계유산이 하나의 건물이나 장소 중심이라면, 코로는 도시 전체가 유산인 것입니다. 이 점에서 코로는 관광객에게 단순한 방문지가 아닌, 직접 걸으며 보고 느끼는 ‘살아 있는 역사체험’의 공간입니다. 코로의 거리, 건물, 광장, 심지어 돌 하나까지도 수백 년 역사의 흔적을 품고 있어, 방문자는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로는 단순한 도시가 아닌, 스페인 식민사와 남미 문화의 시작을 담은 살아 있는 역사 유산입니다. 흙벽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거리, 종교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구조, 그리고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 공동의 문화자산. 지금, 베네수엘라 북부의 조용한 도시 코로에서 역사와 건축, 문화의 깊이를 직접 체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