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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흐리드 풍경 따라가기 (호수, 정교회, 유네스코)

by 지식나라 2025. 7. 3.

카네오 성 요한 교회, 호수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 교회

북마케도니아 서부에 위치한 오흐리드(Ohrid)는 발칸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아름다운 호수와 고대 정교회 유산, 그리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역사 깊은 공간입니다. 아드리아해와 가까우면서도 관광객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과 신앙, 고요한 일상을 함께 담아낸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살아 있는 문화 박물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흐리드의 풍경을 따라가며 호수의 매력, 정교회의 아름다움, 그리고 유네스코가 주목한 가치를 살펴봅니다.

고요한 빛의 호수, 오흐리드호

오흐리드호(Lake Ohrid)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중 하나로, 약 300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고대 호수입니다. 물이 맑고 깊으며, 고유종의 물고기와 생태계가 풍부해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호수 주변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보존되어 있으며, 도시 중심에서 호숫가까지는 도보로 쉽게 접근 가능합니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 바라보는 오흐리드호는 고요한 빛의 파노라마를 보여주며, 산과 물, 하늘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여름철에는 수영, 카약, 요트 투어 등 수상 레저도 활발하며,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와 나무 데크에서는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가 여유로운 시간을 즐깁니다. 호수 주변에 위치한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물고기 요리(특히 오흐리드 송어)를 현지 와인과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오흐리드호는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 생명력을 품은 자연 유산입니다. 이 호수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오흐리드의 진짜 삶을 체험하게 됩니다.

믿음이 쌓은 풍경, 정교회 건축의 보고

오흐리드는 정교회 성당과 수도원이 밀집한 종교 중심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365개의 교회가 있었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신앙 공간이었습니다. 현재도 많은 성당과 수도원이 활발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 중 다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성 요한 케네오스 교회(Church of St. John at Kaneo)입니다. 호수를 배경으로 절벽 위에 세워진 이 교회는 오흐리드의 대표 풍경으로, 수많은 엽서와 사진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13세기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외부의 조화로운 실루엣으로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또 다른 주요 유산은 성 판텔레이몬 수도원(St. Pantelejmon Monastery)으로, 슬라브 문자 창시자인 성 클레멘트가 머물렀던 곳입니다. 이 수도원은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마케도니아 문자와 문화의 발상지로 여겨집니다. 도시의 정교회들은 대부분 붉은 지붕, 아치형 창, 석조 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건축학적 가치도 뛰어납니다. 오흐리드의 정교회 건축물은 단순한 종교의 상징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역사의 핵심이 되는 문화 자산입니다.

도시 전체가 유산, 유네스코가 인정한 가치

오흐리드의 역사 지구와 오흐리드호는 1979년과 1980년 각각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이중 등재 사례로, 오흐리드가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대표하는 도시임을 보여줍니다. 도시 곳곳에는 고대 유적들이 남아 있으며, 오흐리드 고대 극장(Ancient Theatre of Ohrid)은 기원전 200년경 헬레니즘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지금도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사무엘 요새(Samuel’s Fortress)는 10세기 중세 마케도니아 제국의 중심이었던 오흐리드의 방어시설로, 현재는 도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로 인기입니다. 유네스코는 오흐리드가 지속적으로 거주되어 온 도시이자, 다양한 문명이 겹겹이 쌓인 도시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로마, 비잔틴, 슬라브, 오스만 제국 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로서의 개발이 비교적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히려 유산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 관광(Sustainable Tourism)의 좋은 모델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흐리드는 호수의 평온함, 정교회의 신성함, 그리고 유네스코가 인정한 문화적 깊이를 모두 갖춘 도시입니다. 북마케도니아의 조용한 구석에서 만나는 이 도시는, 빠른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 시간을 천천히 누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발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흐리드는 꼭 머물러야 할 정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