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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 커피 향 따라 걷는 마을 (레트로 골목, 벽화 거리, 찻집 투어)

by 지식나라 2025. 7. 15.

벽화가 그려진 레트로골목

말레이시아 페라크 주에 위치한 이포(Ipoh)는 한때 주석 채굴 산업으로 번영했던 도시였지만, 지금은 레트로 감성과 예술적 분위기로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끄는 독특한 소도시로 재탄생했습니다. 이포의 매력은 단순히 과거를 간직한 도시라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곳은 오래된 건물 사이로 퍼지는 커피 향, 벽에 그려진 예술 작품들, 그리고 골목 깊숙이 숨겨진 찻집들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분위기로 여행자의 오감을 사로잡습니다. 바쁜 도시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거닐며, 향기와 이야기가 공존하는 이포의 거리를 함께 걸어보세요.

레트로 골목의 시간 속을 걷다

이포의 중심가인 '올드 타운(Old Town)'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고요한 레트로 감성을 품고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20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절의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하얀 석회암 건물과 붉은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가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걷다 보면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진 창틀, 손때 묻은 나무 간판, 오래된 철문 등이 자연스럽게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콩헥 로드(Kong Heng Road)와 같이 좁고 정감 있는 골목길은 사진 애호가들과 감성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스폿입니다. 이 골목들에는 현대적인 요소가 거의 개입되지 않아, 마치 영화 속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골목 사이에는 수공예 상점, 빈티지 가구점, 복고풍 레스토랑들이 숨어 있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과거 주석 채굴로 번성했던 시절의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이 도시의 산업 유산도 골목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일부 건물은 갤러리나 소극장, 로컬 디자이너 숍으로 재활용되어 창의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오래된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부여한 이포의 도시재생 사례는 주목할 만합니다. 이포의 레트로 골목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을 느끼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감성적 공간입니다. 또한 골목 곳곳에는 전통 약방, 수제 제과점, 옛 라디오와 필름 카메라를 전시한 상점들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어, 1960~70년대 이포의 일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 있는 생활문화 박물관과도 같습니다. 걷는 동안 오래된 거리의 공기와 색감, 소리를 통해 잊고 있던 감성을 되살리게 됩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질리지 않는 골목, 이곳이 바로 이포입니다.

벽화가 들려주는 거리의 이야기

이포의 또 다른 매력은 도시 곳곳을 채운 벽화 거리입니다. 조지타운(페낭)처럼 이포 역시 거리 예술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으며, 낡은 벽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듭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리트웨이언 출신 아티스트 ‘어니스트 자카레빅(Ernest Zacharevic)’이 그린 대표 벽화들로, 그는 이포를 위해 특별히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려 화제를 모았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벽화 중 하나는 ‘Old Uncle with Coffee Cup’으로, 커다란 커피잔을 들고 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리얼하게 묘사된 작품입니다. 이 벽화는 이포의 대표 음료인 화이트커피와 지역 주민의 정을 함께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 전통 복장을 입은 인물 등 다양한 작품이 도시 전역에 분포되어 있어, 지도 하나 들고 ‘벽화 투어’를 떠나는 것이 이포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벽화는 단지 미적인 요소에 그치지 않고, 이포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어 감상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대부분의 벽화가 도심 건물 외벽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골목 산책 도중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일부 카페나 상점에서는 벽화 투어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며,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음료나 기념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자주 열립니다. 최근에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참여도 활발해져서, 새로운 테마의 벽화나 입체적인 조형물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벽에서 튀어나온 듯한 ‘3D 벽화’나 실제 가구와 결합된 벽화는 포토존으로서도 기능하며, 거리 전체를 살아 있는 예술 공간으로 확장시킵니다. 이처럼 이포의 벽화는 단순한 도시 미화가 아닌, 시민과 여행자가 함께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향기와 여유가 머무는 찻집 투어

이포는 커피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이포 화이트커피(White Coffee)는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널리 알려진 명물로, 깊고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입니다. 전통 방식으로 볶은 커피콩을 사용해 향이 진하고, 설탕과 연유를 더해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이 음료는 단순한 커피 그 이상으로, 이포라는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는 문화 콘텐츠입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남허 화이트커피(Nam Heong White Coffee)’와 ‘신양로커피(Sin Yoon Loong)’로, 이 두 곳은 이포 커피 문화의 시초이자 전통을 이어가는 대표 카페입니다. 내부는 195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 오래된 타일 바닥과 원형 철제 테이블, 종이 메뉴판 등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줍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제공되는 카야 토스트, 하이난 치킨라이스, 전통 디저트는 모두 지역 주민들과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메뉴입니다. 최근에는 젊은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모던 감성의 카페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플랜비(Plan B)’, ‘브루 앤 컵(Brew & Cup)’ 등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인테리어와 자체 로스팅 원두, 수제 디저트를 무기로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통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된 화이트커피를 맛볼 수 있어,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이포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일부 카페에서는 커피 클래스나 홈로스팅 체험도 운영되어, 이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공간, 또는 오래된 주택 안에 꾸며진 북카페 등 이포의 찻집은 단순한 음료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를 담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 도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이포는 빠르고 화려한 여행지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낡고 오래된 거리, 손때 묻은 간판, 그리고 고소한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이 이 도시를 설명합니다. 이포는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낼 줄 아는 여행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레트로 골목에서 과거를 마주하고, 벽화 거리에서 오늘을 발견하고, 찻집에서 머무르며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곳. 이곳은 단순한 소도시가 아닌,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이들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한 잔의 커피가 하루를 바꾸듯, 이포에서의 하루가 당신의 여행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더 오래 머물수록, 이포는 천천히 그 진짜 매력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