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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우르, 색으로 피어난 해안 마을 (화가들, 요새, 와인)

by 지식나라 2025. 7. 4.

핑크·주황·하늘색의 집들이 이어진 지중해 마을 풍경

프랑스 남부, 스페인 국경과 맞닿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작은 마을 콜리우르(Collioure)는 그림 같은 풍경과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화가들이 사랑한 색의 도시, 역사적 요새 도시, 그리고 랑그도크 루시용 와인의 고장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콜리우르의 예술 유산, 중세 군사 요새의 흔적, 그리고 지역 와인 문화까지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을의 진면목을 소개합니다.

화가들이 사랑한 색의 마을

콜리우르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찾고 머물렀던 마을로, 특히 20세기 초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앙드레 드랭(André Derain)이 머무르며 야수파(Fauvism)라는 새로운 예술 사조를 꽃피운 장소입니다. 이곳의 강렬한 햇빛, 알록달록한 집들, 코발트빛 바다는 그들에게 전혀 다른 색채 감각을 일깨웠습니다. 마티스는 “콜리우르의 색은 내 삶을 바꾸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 마을의 시각적 자극은 그들의 화폭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재 콜리우르 곳곳에는 그림의 시점에서 바라본 풍경 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어, 실제로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던 위치를 방문자들이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을 중심에는 예술 산책로(Chemin du Fauvisme)가 조성되어 있어, 야수파의 대표작들을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고, 작은 갤러리와 공방에서는 지역 작가들의 작업과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콜리우르는 단지 ‘과거에 예술가가 머물렀던 곳’이 아니라, 오늘도 예술이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예술적 영감을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캔버스가 되는 마을입니다.

역사의 요새, 콜리우르 왕성

콜리우르의 해안 풍경을 가장 극적으로 장식하는 것은 바로 콜리우르 왕성(Château Royal de Collioure)입니다. 이 성은 12세기부터 요새로 사용되었으며, 아라곤 왕국, 마요르카 왕국, 프랑스 왕실 등 다양한 세력의 지배를 받으며 점차 확장되었습니다. 지금도 바닷가 절벽 위에 거대한 석조 성곽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중세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콜리우르 왕성은 단순한 군사 요새 그 이상이었습니다. 마요르카 왕국 시절에는 왕의 여름 궁전으로도 사용되었으며, 이후 프랑스가 이 지역을 흡수하면서는 루이 14세의 방어 전략에 맞춰 개조되었습니다. 오늘날 방문객들은 요새 내부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며,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탁 트인 전망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성 내부에서는 예술 전시, 음악회, 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려,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해 질 무렵 왕성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이 인기가 높아, 마을의 역사적 정체성을 문화로 재해석한 좋은 사례로 손꼽힙니다. 콜리우르는 요새를 과거의 유산으로 두지 않고, 현재의 예술무대로 탈바꿈시킨 도시입니다.

와인 향 가득한 랑그도크의 바닷가

콜리우르는 랑그도크 루시용(Languedoc-Roussillon) 지역에 속해 있으며, 이 지역은 프랑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마을과 주변 언덕에서는 ‘콜리우르 AOC’라는 이름으로 고유한 테루아를 자랑하는 와인이 생산됩니다. 바다와 맞닿은 경사진 포도밭, 따뜻한 기후, 풍부한 일조량은 이 지역 와인의 맛을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콜리우르 와인은 주로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으로 유명하며, 특히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èdre) 품종이 주를 이룹니다.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는 로제 와인, 농익은 과실향과 짙은 탄닌을 지닌 레드 와인은 마을의 식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마을 곳곳에는 작은 와인 샵, 시음 공간, 와이너리 투어가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은 단순히 마시는 경험을 넘어 와인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역 레스토랑에서는 이 와인들을 활용한 음식 페어링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매년 여름과 가을에는 와인 축제도 개최되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콜리우르에서의 한 잔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자연, 문화, 기후가 빚어낸 역사적 음료입니다. 예술과 건축만큼이나 이 마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콜리우르는 단순한 해변 마을이 아닙니다. 색을 발견한 화가들의 흔적, 중세 유산인 콜리우르 왕성, 그리고 와인의 깊이를 함께 지닌 이곳은 예술, 역사, 미각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작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콜리우르는, 유럽 남부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여정의 종착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붓 대신 카메라를 들고, 눈으로 이 마을을 그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