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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투 도심 탐방기 (대학교, 문화, 구시가지)

by 지식나라 2025. 7. 3.

타르투 대학 본관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Tartu)는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유럽 북동부의 지적 자산과 문화적 깊이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17세기부터 이어진 학문과 자유의 정신, 예술로 가득 찬 골목, 그리고 구시가지의 고전적 미감은 여행자들에게 조용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본 글에서는 타르투의 대표적인 상징인 대학교,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산책하듯 즐기기 좋은 구시가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에스토니아 지성의 상징, 타르투 대학교

타르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타르투 대학교(Tartu Ülikool)입니다. 1632년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2세 아돌프에 의해 설립된 이 대학은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에스토니아의 학문과 독립운동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현재도 약 1만5천 명 이상의 학생이 다니는 살아 있는 학문의 공간입니다. 대학교 본관은 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건물로, 내부에는 박물관, 대형 강당, 철학자들의 흉상이 전시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한 학생 동상’과 ‘기울어진 학교 건물’은 타르투 대학 캠퍼스 투어의 재미있는 명소입니다. 이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타르투 도시 전체에 학문과 토론의 정신을 불어넣고 있으며, 실제로 거리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 토론하는 학생들, 거리공연 등 문화 활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열린 캠퍼스이자, 교육과 지성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르투의 문화 감성, 작지만 깊은 울림

타르투는 규모는 작지만, 문화적 깊이는 수도 탈린 못지않습니다. 특히 문학, 미술, 음악 분야에서의 활동이 활발하며, 에스토니아 내에서 ‘문화수도’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창의적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화 중심지는 AHHAA 과학센터타르투 아트 하우스입니다. AHHAA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중 다양한 전시와 실험이 열립니다. 타르투 아트 하우스는 에스토니아 현대미술의 산실로, 국내외 작가들의 실험적 전시가 자주 열립니다. 거리 예술도 타르투 문화의 중요한 축입니다. 도시 곳곳에 벽화, 조형물, 예술 벤치가 설치돼 있고, 매년 ‘거리문학 축제’‘청춘음악 페스티벌’ 등이 열려 예술가와 시민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러한 흐름은 타르투가 2024년 유럽 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선정되며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타르투의 문화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서정적이고 사람 중심적입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서점 안에서 책을 읽거나, 조용한 갤러리에서 사색에 잠기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의 정체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구시가지 산책, 고전과 여유의 시간

타르투 구시가지(Old Town)는 전쟁과 재건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고전적 유럽 도시의 미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시 중심에 위치한 라에코야 광장(Tartu Raekoja plats)은 붉은색 시청사와 분수가 있는 열린 공간으로, 다양한 축제와 마켓이 열리는 타르투의 심장입니다. 광장 주변에는 에스토니아 전통 음식점, 북유럽 감성의 카페, 독립 서점, 수제 공예 상점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유명한 ‘키스하는 학생 분수’는 타르투의 상징 조형물로, 많은 여행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포인트입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에마요기 강(Emajõgi River)를 따라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가 펼쳐집니다. 강 건너편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여유로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해질 무렵의 구시가지는 황금빛 햇살과 붉은 지붕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아 오히려 더 여유롭고 진정한 유럽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구시가지. 타르투는 조용히 걸을수록 더 깊이 스며드는 그런 도시입니다.

타르투는 단순한 소도시가 아닌, 유럽 속 지성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400년 역사의 대학, 예술로 가득한 거리, 클래식한 구시가지 풍경까지—이 모든 것이 타르투만의 정체성을 이룹니다. 에스토니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타르투는 반드시 하루 이상 머물며 ‘느리게, 깊게’ 체험해볼 가치가 있는 도시입니다.